[중앙로365] 정비사업조합의 내부 분쟁 해결을 위한 당면 과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은지 법무법인 성연 대표변호사

며칠 전 광주 한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건물이 붕괴하는 사고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재개발 조합장 선거부터 철거업체 선정까지 제3자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재개발조합과 업체 사이 계약에 비위가 있었는지 수사를 벌인다고 하고, 시민단체는 해당 조합 임원에 대한 추가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실 이 사건 이전부터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이권과 관련한 비위나 위법이 문제가 되어 왔다.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예전과는 다른 경향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


광주 재개발 철거 현장서 17명 사상

경찰, 조합과 업체 비위 혐의 수사

부동산시장 활성화로 내홍 많아져

조합 임원 해임, 건설사 교체 빈번

이권 다툼에 사업 지연, 피해 눈덩이

분쟁 예방 위한 제도적 보완 필요


부산의 규모가 크거나 사업성이 좋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조합 내부 분쟁과 함께 건설사가 교체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이 추진되는 곳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조합원들의 최고급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때문이다. 교체 과정에서 조합 임원이 해임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한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최근 재개발·재건축 부동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기존 조합원 지위를 승계한 조합원들이 사업에 대한 의견을 달리하기도 하여 내홍이 가속화되는 일도 있다.

부산에서도 조합 임원 해임 움직임이 있는 현장이 다수 있다. 예전에는 조합 집행부의 비위가 있는 경우 외에 조합 사업 지연이나 분양가에 대한 불만족이 조합 임원 해임의 주된 사유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조합 사업에 대한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 임원을 해임하고 사업 방향을 재설정해도 추가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임원 해임을 추진하기도 한다. 이런 배경에 더하여 임원 해임 사유나 절차가 완화되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조합 임원 해임 추진이 많아진 것으로도 보인다.

법적으로 보면 조합원들과 조합 임원의 관계는 민법상 위임관계이다. 조합원들은 조합 임원을 선임하고, 선임한 조합 임원을 임원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다. 도시정비법은 소수 조합원이 조합 임원을 해임하기 위한 절차를 따로 정하고 있다. 조합원 10분의 1이 발의하면 조합 임원 해임총회를 소집하여 개최할 수 있다. 다른 안건의 경우는 5분의 1 조합원의 발의로 총회 소집을 요구하여 조합장이나 감사가 총회를 소집하지 아니하면 발의조합원 대표가 관할 구청의 승인을 얻어 조합총회를 소집하도록 정하고 있다. 해임총회 소집 발의의 문제점은 다른 조합원들이 발의자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또한, 해임이 가결된 이후 소집한 측에서 서면결의서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 그 확인을 위하여 결국 해임총회 효력에 대한 소송으로 이어진다. 일부 해임총회는 총회 소집요구서나 서면결의서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은 이유로 법원에서 해임 결의가 무효로 판단이 되기도 한다.

안타까운 점은 조합 임원의 해임 결의 이후 조합사업이 장기적으로 중단되는 등 조합원들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조합 임원 해임은 조합원들 사이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고 이 기간 동안 조합의 의사 결정을 할 수 없어 사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특히 사업 방향 변경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일부가 임원 해임을 추진하는 경우에는 이권 다툼에 조합원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에 조합원의 이익을 보호하고 법적 분쟁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절차적 보완이 요구된다.

현재 법원은 해임총회에 정관상 다소 하자가 있더라도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발의 요건을 갖추면 해임총회 개최에 긍정적인 태도이며, 정관상 다른 조합원 발의 총회의 요건인 구청장 승인이 없어도 소집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절차적 보완은 해임총회의 발의와 소집 절차에 대한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비로소 가능하다고 보인다. 도시정비법 개정은 법적 분쟁을 최소화하고, 총회 소집 요구 및 서면 결의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조합원들의 의사가 확인되는 절차가 보완되면 해임총회에 대한 효력이 사후적으로 무효가 되어 사업이 혼돈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과거에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다소 불투명하게 운영되더라도 조합원들이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도시정비법에서 규정한 정보공개가 활성화되어 조합 운영에 대해 조합원들이 잘 알게 되고, SNS를 통해 조합원 사이의 의견 교환이 활발해진 결과로 사업이 투명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효율성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운영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법적 규제 장치와 함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마련될 시기이다.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고 조합원들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위한 관계 당국의 관심과 관련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