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재개발 사업의 현실적 규제 완화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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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법무법인 성연 대표변호사

부산시는 지난달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관련 심의를 통합하고 관련 절차를 간소화할 계획이고,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정비하겠다고 한다. 최근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8.8%가 규제 완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는데, 규제 완화를 바라는 시민 입장에서 부산시의 방침은 환영할 일이다. 그렇다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규제 완화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까.

먼저 재개발·재건축 사업 규제를 완화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소요 기간은 15년을 초과한다.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조합을 설립한 뒤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와 착공 단계를 지나 신축 건축물 입주까지 15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된다.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각종 심의와 평가, 인가를 받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조합원들은 늦어지는 사업에 대한 불안감이나 건축물의 노후화를 이유로 집을 팔고 이사를 나가고, 신축 아파트 입주 시에는 원주민들이 아닌 승계 조합원들이 입주하게 된다. 이에 원주민의 재정착률이 20%에 못 미치는 정비사업구역이 다수라는 문제가 지적되기도 한다.


사업 기간 장기화로 재정착률 떨어져

규제로 조합원 내부 분쟁·소송 발생

학교장 실무협약 요구로 사업에 지장

부산시·경기도 사업 활성화 노력 환영

건축·교통평가 통합 심의로 기간 단축

합리적 도시정비법 개정안 마련 절실


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분명한 규제로 조합원 간 분쟁이나 각종 소송이 발생하는 등의 이유로 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지면, 사업은 지연되고 계획했던 사업 기간을 초과하게 된다. 사업이 지연되면 조합의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늘어나고, 건축물 노후화로 폐·공가가 증가해 사업 구역의 슬럼화가 진행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모두 재개발·재건축 사업 기간의 장기화로 발생하는 것이어서 사업 기간 단축을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절차는 법령과 조례에 따라 진행되고, 도시정비법에서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각종 인가를 득하도록 정하고 있다. 주택공급 방안으로 정비사업이 제 기능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첫째 지방자치단체가 조례와 자체 기준으로 불필요한 사업 장기화를 방지하고,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감독하며, 둘째 법령의 개정 필요가 있는 부분은 입법으로 해결이 되어야 한다.

경기도의회는 2020년 이전에 건축심의를 받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해 주는 조례 개정을 재의결하였다. 부산시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힌 것도 지자체의 사업 활성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행정 외에 신속한 사업 진행을 위한 법령의 개정도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장기화되는 요인 중 대표적인 것이 교육환경영향평가인데, 이와 관련된 문제는 입법의 영역이라고 보인다. 현행법은 교육환경보호구역에서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교육환경영향평가서를 관할 교육감에게 승인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청이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의과정에서 사업구역의 인접 학교장과 협약을 요구하는 것이 실무상 관행이다. 조합이 심의 통과를 위해 학교와 합의를 이뤄 냈음에도 해당 학교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합의가 번복되거나, 학교의 무리한 요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사업시행인가 완료 전까지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의 통과를 받아야 해서 사업시행자는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학교장과 협의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 문제는 현행법에 학교와 협의 기준이 없고 중재기관도 없기 때문에 그 해결이 쉽지 않다.

게다가 법률에서 정한 바도 없는 내용의 협약서를 요구하는 심의는 결국 법적 근거 없이 조합에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교육환경영향평가서의 심의 과정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이다. 이에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의 과정에서 발생했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또한 정부는 ‘지역 민생규제 혁신방안’의 내용으로 별도로 밟아야 했던 건축심의와 교통영향평가를 통합해 심의할 수 있도록 도시정비법을 개정해 사업 기간을 최소 2개월 단축하도록 할 예정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도심에 가장 많은 수의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사업 진행 절차 간소화 외에도 사업 진행에 비합리적인 규제는 조속히 정비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전문가들로 정비사업 지원단 등을 구성하여 각 구역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위한 행정 지원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하고, 입법권자들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합리적인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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