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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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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 29. 국제신문 - 지방시대로 가는 길 [김은지 대표변호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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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연락처 이메일admin@domain.com 댓글 0건 조회 942회 작성일 23-01-3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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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지방균형발전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에 정부도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실행하는 등 지방균형발전 실현에 힘쓰고 있다. 국민 개개인의 행복추구권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방의 인프라를 확대하고 수도권에 편향된 자원을 재배분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이렇게 지방균형발전론에 힘이 실리는 시점에 함께 짚어봐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지방분권이다. 지방균형발전의 시작이 경제활성화라 하더라도 그 효과가 지속될지 여부는 지방분권에 달렸기 때문이다.


헌법이 규정한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지 30년이 지났다.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 국가의 필수조건이라고 한다. 지방자치는 중앙에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각 지역으로 분산시키고, 지방이 중앙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도록 한다. 제도 도입기에 비해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확대됐지만 지자체 입법·행정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할 영역임에도 여전히 중앙정부에 종속된 부분이 많다고 평가된다.


지방분권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체계에 맞는 자치법규를 만드는 것을 전제로, 법이 정하는 한도에서 최대한 자치입법의 자율성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헌법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법제처도 지방시대 실현을 위한 법령 정비체계를 구축 중이다. 지방의 자율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법령 입안 기준을 마련하고,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법령에서 자치법규에 위임하는 사항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이다. 이는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지자체의 입법권한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라 하겠다.


정부의 이런 노력은 자치입법 권한을 강화해 지방분권을 위한 제도적 바탕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아직 행정과 교육 부문에서는 중앙정부의 획기적인 권한 이양이 눈에 띄지 않는다. 5100개가 넘는 특별행정기관의 사무·인력·예산 이양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며, 지자체의 토지이용 권한은 상당히 제한돼 있다. 물론 모든 분야에서 지방의 자치권한을 극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자치경찰제도 도입됐으나 예산·치안의 지역 간 격차와 중립성 훼손 등 우려로 완전한 자치경찰제가 시행되고 있지는 않다.


자치분권 확대에 필요한 자치입법·행정권 보장 방안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 균형발전을 가능하게 할 자치분권의 실질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국토이용 권한이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국토부장관이 개발제한 구역을 지정·변경할 권한을 가진 것으로 규정한다. 각 지역에서 지자체장이 계획을 입안할 수 있지만 자체적으로 개발제한 구역을 해제할 수는 없다. 이번 달 국토교통부는 부울경 지역의 건의를 적극 수용해 지자체장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대폭 확대한다. 부산은 그린벨트 해제 총량이 얼마 남지 않아 대형개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제 다행히 개발 가능한 용지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런 지자체의 자율성 보장과 권한 확대는 각 지역의 요구에 맞는 자치입법과 자치행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환영할 일이다. 정부 적극행정의 효과다.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이 공감하고 필요로 하는 입법정책과 행정을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각 지역의 여론을 수렴해 해결이 필요한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어 중앙부처에 협조를 구하고, 정부는 그 필요성을 검토해 법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이를 수렴해야 한다. 이에 지금처럼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계속돼야 한다.


국민이 스스로 자신의 재산권과 안전을 지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행복추구권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기에 국민의 권익 보호와 증진은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지방분권은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론을 해소할 방안이면서, 지방에 거주하는 국민의 권익과 삶의 질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지방시대로 가는 길이 넓게 열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