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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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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29. 부산일보 -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규제를 위한 제언 [김은지 대표변호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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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연락처 이메일admin@domain.com 댓글 0건 조회 1,263회 작성일 21-06-3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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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지난 24일 ‘투기·부패방지 5법’ 중 공공주택 특별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역 부동산 투기가 밝혀지면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문제 해결이 21대 국회의 가장 큰 당면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공공기관 직원 몇 명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할 수는 없다. 토지와 공공주택사업을 수행하는 LH 직원들의 비위 행위는 곧 주택공급 정책의 신뢰도 하락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LH 임직원이 고액의 대출을 받아 시세 차익을 노려 개발 예정지를 매입했다는 것은 국민으로서는 분노할 일이다.


그런데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와 부패를 엄단하고 방지하기 위하여 국회가 당장 입법을 서두를 이유가 있을까. 현행법으로는 LH 직원들의 행위와 같은 투기행위를 강도 높게 처벌하거나 재산상 이득을 몰수·추징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현행 한국토지주택공사법과 공공주택특별법은 미공개정보 이용행위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을 뿐이다.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죄를 적용하여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으나, ‘업무처리 중 얻은 비밀을 이용하여’ 재물이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였다는 점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LH 직원들이 매입한 토지 대부분이 농지인데, 농지법에서 영농계획대로 경작하지 않더라도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뿐 양도차익을 몰수하는 규정은 없다. 이에 기존 법률의 개정과 새로운 법률의 제정이 필요한 것이다.


LH 사태 정부 정책 신뢰 하락 직결

양도차익 몰수 위한 법률 제정 필요

투기 목적 대출 강력히 제한해야

재산등록과 이해충돌방지법도 효과

공직 내부 감찰 시스템 정비 선행

부동산 정책 선진화 계기 되기를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은 공공기관 종사자로부터 제공받거나 부정하게 취득한 미공개 정보로 부동산을 매매할 경우 재산상 이익을 몰수·추징하고 그 이익의 3~5배의 벌금 및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은 범죄행위 당시 LH의 임직원뿐 아니라 10년 이내 퇴직자에 대하여도 규제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 내용은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고, 혐의가 드러나기 전 단계에서의 제재로는 부족하다. 이에 공직자윤리법을 부동산 정보를 취급하는 공직·유관단체 직원은 모두 재산등록을 하고, 업무 관련성 있는 부동산 취득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개정할 예정이다. 또한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하여 공공기관 직원이 자신의 부동산 정보를 정기적으로 신고하게 하고, 신고하지 않은 차명 자산이 밝혀지면 형사처벌을 하도록 추진한다고 한다. 공직자 투기 방지에 사전예방 효과가 있고 혐의 입증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 개정안의 내용은 모두 나름의 실익이 있다. 형사처벌을 하거나 재산을 환수하는 것은 법률에 근거해서만 가능하므로 법률로서 개인의 비위 행위를 규제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단순한 의심만으로 투기 행위를 처벌하거나 이득을 환수할 수는 없다. 이에 아무리 법에서 정교하게 규제한다고 하더라도 공직자의 투기 행위 자체에 대한 제재는 그것이 업무상 취득한 미공개정보를 통한 것임이 입증되어야 한다. 또한 법률의 정비 전에 이루어진 행위를 사후에 만들어진 법 규정으로 규제할 수도 없다. 소급입법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런저런 장치를 통해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공직자가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부동산 투기와 공직자 부패방지를 위해서는 입법과 더불어 정책적이고 제도적인 해법 또한 필요하다. 부동산 투기 목적 대출 규제의 범위를 확대하여 강도 높게 대출을 제한하는 정책도 모색되어야 한다. 미공개 정보 처리자들이 제3자에게 이익을 줄 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차명거래를 통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보제공행위나 차명거래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공직자의 일탈 행위를 감독할 수 있는 엄정한 내부 감찰 시스템의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공직자의 비위 행위는 기관 내부에서 가장 먼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번 사태가 대규모의 부동산 사업을 공공이 주도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동산은 재화의 특성상 공공성을 띠고, 그 이유로 하향식 도시계획에 따라 신도시 조성이나 국가정책사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토지와 주택정책을 실행하는 주체는 공공기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국민의 주거와 재산에 직접 관련이 있는 업무를 맡은 공직자들에게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윤리성과 청렴성이 요구되어야 마땅하다. 공직자들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주거권, 행복추구권, 평등권이 행정 현실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 일부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사태로 시작된 다각도의 고민이 부동산 관련 정책 전반의 선진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